Chateau Palmer 2004
샤또 팔머의 역사는 1814년 영국의 대령이었던 Charles Palmer가 보르도를 지나 귀향하던 중, 쇠락해 가던 Château de Gascq를 사들이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당시 영국에서 인기 있었던 론 지역이나 스페인의 힘 있는 와인 대신 마고의 기후와 토양을 온전히 표현하는 섬세한 와인을 만들고자 양조 시설의 근대화에 힘썼고, 그의 사후인 1855년 메독 그랑 크뤼 3등급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게 됩니다.
샤또 팔머의 자갈밭은 원활한 배수와 열 조절을 돕고, 포도를 빽빽하게 심어 각 포도나무가 더 깊이 뿌리 내려 더 좋은 품질의 열매를 맺게 합니다. 밭별로 수확된 포도는 고유의 개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54개의 서로 다른 용량의 탱크에서 발효를 진행합니다. 이후 큰 올드 배럴에서의 1차 숙성과 작은 배럴에서의 2차 숙성을 합하여 약 20개월의 숙성 과정을 거쳐 병입됩니다. 팔머의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가 유사한 비율로 블렌딩 되어 탄탄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잡고, 소량의 쁘띠 베르도로 특유의 향신료 향을 더합니다.
2004년은 다른 해에 비해 일정한 날씨가 유지되어, 샤또 팔머의 특징을 온전히 드러내는 해였습니다. 알맞게 온화한 기후가 계속되어 포도들이 무사히 열매를 맺을 수 있었고, 여름에도 포도가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익을 수 있게 도왔습니다. 수확기인 9월에는 덥고 건조한 날씨가 되어 획지 별로 최적의 시기에 수확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었습니다. 압착 과정에서도 침용 전후로 시기를 조절하여 어떤 경우에는 과육의 특징이, 어떤 경우에는 타닌감이 강조되도록 하여 '샤또 팔머란 이런 것이다'라고 대표할 수 있을 와인이 만들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