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eau Palmer 2010
샤또 팔머의 역사는 1814년 영국의 대령이었던 Charles Palmer가 보르도를 지나 귀향하던 중, 쇠락해 가던 Château de Gascq를 사들이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당시 영국에서 인기 있었던 론 지역이나 스페인의 힘 있는 와인 대신 마고의 기후와 토양을 온전히 표현하는 섬세한 와인을 만들고자 양조 시설의 근대화에 힘썼고, 그의 사후인 1855년 메독 그랑 크뤼 3등급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게 됩니다.
샤또 팔머의 자갈밭은 원활한 배수와 열 조절을 돕고, 포도를 빽빽하게 심어 각 포도나무가 더 깊이 뿌리 내려 더 좋은 품질의 열매를 맺게 합니다. 밭별로 수확된 포도는 고유의 개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54개의 서로 다른 용량의 탱크에서 발효를 진행합니다. 이후 큰 올드 배럴에서의 1차 숙성과 작은 배럴에서의 2차 숙성을 합하여 약 20개월의 숙성 과정을 거쳐 병입됩니다. 팔머의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가 유사한 비율로 블렌딩 되어 탄탄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잡고, 소량의 쁘띠 베르도로 특유의 향신료 향을 더합니다.
2010년은 샤또의 언급으로도 '천상적인'(Heavenly) 빈티지로 남았습니다. 포도가 4월에 꽃봉오리를 맺으며 그 전의 봄 서리를 피해 갈 수 있었고 좋은 날씨가 5월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다 6월에 서늘하고 습한 날씨가 되어 전반적인 수정 과정에 지장이 생겨 여러 포도나무가 열매를 맺지 못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7월에는 적절하게 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포도들이 일정한 속도로 익어가게 되었고, 각 열매는 와인 양조에 아주 적절하게 작고 진한 풍미와 산도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천혜의 조건에 힘입어 샤또는 무려 1달에 달하는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각각의 포도가 최적으로 익었을 때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양조 과정에서도 큰 노력이 들어가 결과적으로 2010 빈티지는 포도의 강한 잠재력이 극도로 정교하게 다듬어진, 마치 보석과 같은 작품으로 거듭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