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eau Palmer 2012
샤또 팔머의 역사는 1814년 영국의 대령이었던 Charles Palmer가 보르도를 지나 귀향하던 중, 쇠락해 가던 Château de Gascq를 사들이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당시 영국에서 인기 있었던 론 지역이나 스페인의 힘 있는 와인 대신 마고의 기후와 토양을 온전히 표현하는 섬세한 와인을 만들고자 양조 시설의 근대화에 힘썼고, 그의 사후인 1855년 메독 그랑 크뤼 3등급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게 됩니다.
샤또 팔머의 자갈밭은 원활한 배수와 열 조절을 돕고, 포도를 빽빽하게 심어 각 포도나무가 더 깊이 뿌리 내려 더 좋은 품질의 열매를 맺게 합니다. 밭별로 수확된 포도는 고유의 개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54개의 서로 다른 용량의 탱크에서 발효를 진행합니다. 이후 큰 올드 배럴에서의 1차 숙성과 작은 배럴에서의 2차 숙성을 합하여 약 20개월의 숙성 과정을 거쳐 병입됩니다. 팔머의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가 유사한 비율로 블렌딩 되어 탄탄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잡고, 소량의 쁘띠 베르도로 특유의 향신료 향을 더합니다.
2012년은 계절 별로 뚜렷한 특징이 나타난 해였습니다. 6월까지는 선선하고 습윤한 날씨가 이어져 개화가 늦게 이루어진 한편,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경우 (coulure)나 병충해의 위험도 있어 샤또의 신경을 집중시켰습니다. 여름에는 상황이 반전되어 건조하고 더운 날씨가 이어져 남은 포도 열매들의 품질 상승에 기여했습니다. 가을에는 다시 습한 날씨가 되어 이번에는 곰팡이(Botrytis)의 위험이 있었으나, 10월 1일부터 보름간 이어진 수확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불규칙한 날씨로 인해 수확량 자체는 많지 않은 한 해가 되었으나, 선별된 포도의 질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높아, 향기롭고 풍부한 메를로와 탄탄하고 정교한 카베르네 소비뇽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