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eau Palmer 2013
샤또 팔머의 역사는 1814년 영국의 대령이었던 Charles Palmer가 보르도를 지나 귀향하던 중, 쇠락해 가던 Château de Gascq를 사들이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당시 영국에서 인기 있었던 론 지역이나 스페인의 힘 있는 와인 대신 마고의 기후와 토양을 온전히 표현하는 섬세한 와인을 만들고자 양조 시설의 근대화에 힘썼고, 그의 사후인 1855년 메독 그랑 크뤼 3등급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게 됩니다.
샤또 팔머의 자갈밭은 원활한 배수와 열 조절을 돕고, 포도를 빽빽하게 심어 각 포도나무가 더 깊이 뿌리 내려 더 좋은 품질의 열매를 맺게 합니다. 밭별로 수확된 포도는 고유의 개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54개의 서로 다른 용량의 탱크에서 발효를 진행합니다. 이후 큰 올드 배럴에서의 1차 숙성과 작은 배럴에서의 2차 숙성을 합하여 약 20개월의 숙성 과정을 거쳐 병입됩니다. 팔머의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가 유사한 비율로 블렌딩 되어 탄탄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잡고, 소량의 쁘띠 베르도로 특유의 향신료 향을 더합니다.
2013년은 꾸준히 비가 내린 습한 해로 기억될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좀 더 사정이 나았지만, 연중 포도송이의 성장을 늦추고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악조건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수확기인 9월에도 따뜻하면서 습한 날씨가 이어졌고, 샤또는 적기에 포도를 수확하여 남은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의 풍미를 온전히 보존하고자 하였습니다.
양조 과정에서 포도즙(머스트)은 거친 타닌이 추출되는 것을 막고자 신중에 신중을 거쳐 다루어졌고, 수많은 테이스팅 세션과 의견 교환을 거쳐 최종 블렌드에는 전체 수확량의 3분의 1만 사용되게 되었습니다. 자연이 변덕을 부린 해였지만, 샤또의 노하우와 헌신으로 팔머의 정체성인 벨벳과 같은 부드러움은 온전히 유지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