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eau Palmer 2017
샤또 팔머의 역사는 1814년 영국의 대령이었던 Charles Palmer가 보르도를 지나 귀향하던 중, 쇠락해 가던 Château de Gascq를 사들이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당시 영국에서 인기 있었던 론 지역이나 스페인의 힘 있는 와인 대신 마고의 기후와 토양을 온전히 표현하는 섬세한 와인을 만들고자 양조 시설의 근대화에 힘썼고, 그의 사후인 1855년 메독 그랑 크뤼 3등급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게 됩니다.
샤또 팔머의 자갈밭은 원활한 배수와 열 조절을 돕고, 포도를 빽빽하게 심어 각 포도나무가 더 깊이 뿌리 내려 더 좋은 품질의 열매를 맺게 합니다. 밭별로 수확된 포도는 고유의 개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54개의 서로 다른 용량의 탱크에서 발효를 진행합니다. 이후 큰 올드 배럴에서의 1차 숙성과 작은 배럴에서의 2차 숙성을 합하여 약 20개월의 숙성 과정을 거쳐 병입됩니다. 팔머의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가 유사한 비율로 블렌딩 되어 탄탄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잡고, 소량의 쁘띠 베르도로 특유의 향신료 향을 더합니다.
2017년은 건조하고 온화하게 시작하여 포도송이들의 꽃망울도 자연스럽게 맺히고 있었습니다. 그해의 4월 27~28일 밤에는 보르도 전역에 서리가 들이닥쳤지만, 밭을 끼고 있는 강 덕분에 샤토의 포도들은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5월 말에 다시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좋은 수확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고, 여름에 이따금 찾아온 비를 지나서 9월에 제때 수확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듯 2017 빈티지는 과하지 않은 섬세함으로 떼루아의 특징을 정확하게 잡아내고 있으며, 벨벳 느낌의 다듬어진 타닌과 깊은 향으로 장기 숙성 잠재력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