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eau Palmer 2009
샤또 팔머의 역사는 1814년 영국의 대령이었던 Charles Palmer가 보르도를 지나 귀향하던 중, 쇠락해 가던 Château de Gascq를 사들이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당시 영국에서 인기 있었던 론 지역이나 스페인의 힘 있는 와인 대신 마고의 기후와 토양을 온전히 표현하는 섬세한 와인을 만들고자 양조 시설의 근대화에 힘썼고, 그의 사후인 1855년 메독 그랑 크뤼 3등급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게 됩니다.
샤또 팔머의 자갈밭은 원활한 배수와 열 조절을 돕고, 포도를 빽빽하게 심어 각 포도나무가 더 깊이 뿌리 내려 더 좋은 품질의 열매를 맺게 합니다. 밭별로 수확된 포도는 고유의 개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54개의 서로 다른 용량의 탱크에서 발효를 진행합니다. 이후 큰 올드 배럴에서의 1차 숙성과 작은 배럴에서의 2차 숙성을 합하여 약 20개월의 숙성 과정을 거쳐 병입됩니다. 팔머의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가 유사한 비율로 블렌딩 되어 탄탄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잡고, 소량의 쁘띠 베르도로 특유의 향신료 향을 더합니다.
2009년은 온화한 기후에 힘입어 샤또의 떼루아를 분명히 드러낼 수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서늘하고 습한 봄으로 인해 포도나무의 초기 성장이 느려졌던 것만 제외하면, 나머지 한해는 폭풍우도 이상 고온도 없이 일정하게 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이는 수확기를 앞둔 9월 초까지도 이어져 포도 껍질은 여전히 두껍고 타닌은 거친 상태였습니다. 샤또는 날마다 테이스팅을 진행하며 적기에 포도를 수확하고자 하였고, 발효 직전에 포도가 약간 따뜻한 상태로 도착하자 식혀주기까지 하는 정성을 들였습니다. 그 결과는 벨벳처럼 부드러우면서 잘 익은 과일과 향신료 향이 조화를 이루는 정교한 복합미를 지닌 와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