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eau Palmer 2011
샤또 팔머의 역사는 1814년 영국의 대령이었던 Charles Palmer가 보르도를 지나 귀향하던 중, 쇠락해 가던 Château de Gascq를 사들이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당시 영국에서 인기 있었던 론 지역이나 스페인의 힘 있는 와인 대신 마고의 기후와 토양을 온전히 표현하는 섬세한 와인을 만들고자 양조 시설의 근대화에 힘썼고, 그의 사후인 1855년 메독 그랑 크뤼 3등급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게 됩니다.
샤또 팔머의 자갈밭은 원활한 배수와 열 조절을 돕고, 포도를 빽빽하게 심어 각 포도나무가 더 깊이 뿌리 내려 더 좋은 품질의 열매를 맺게 합니다. 밭별로 수확된 포도는 고유의 개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54개의 서로 다른 용량의 탱크에서 발효를 진행합니다. 이후 큰 올드 배럴에서의 1차 숙성과 작은 배럴에서의 2차 숙성을 합하여 약 20개월의 숙성 과정을 거쳐 병입됩니다. 팔머의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가 유사한 비율로 블렌딩 되어 탄탄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잡고, 소량의 쁘띠 베르도로 특유의 향신료 향을 더합니다.
전설적인 1961 빈티지로부터 50주년이 되는 2011년은 포도나무들에는 큰 시련이었던 한 해였습니다. 비도 거의 오지 않아 일부 포도나무들은 열매를 맺지 못할 정도였고, 6월 4일에 닥친 우박 세례로 키우던 포도 중 절반을 아예 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더욱 더운 여름이 이어져 여린 포도나무들은 아예 타버리기까지 했습니다.
그 뒤 7월부터는 예년처럼 더운 기후가 이어져 남은 포도들의 완숙도를 끌어올렸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다사다난한 한 해가 되어 수확량은 극히 적었지만, 그 시련을 견딘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은 강한 산도와 매우 탄탄한 타닌을 지니고 있어 장기 숙성에 적합한 와인을 만들어 냈습니다.